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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sang variation' is about free will in the matrix. It is a work of experimenting drawing style by using the score of Baduk.​

 

 

 

 ‘반상변이(盤上變異)’는 바둑의 기보(棋譜)를 활용하여 그리기 형식을 실험한 작업이다. 정해진 좌표에 기록되어 있는 바둑의 기보에 자율적인 그리기의 방식을 적용하여 생명체들의 생명현상을 시각화한 작업이다. 또한 우리의 의식이 획일화되도록 만드는 것들과 우리의 자유의지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정해진 틀 속에서 자율성을 가진 생명체가 예상치 못한 우연과 필연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것은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둑에서 행마에 따른 형상의 지속적인 성장을 생명체의 증식과정으로 치환하였다

 

   바둑은 가로세로 각각 열아홉 줄을 그어 361개의 교차점을 이루고 있는 바둑판 위-반상(盤上) 에 두 사람이 흰 돌과 검은 돌을 번갈아 놓아 만든 집의 크기로 승부를 겨루는 놀이이자 경기다. 4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바둑은 그 동안 같은 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경우의 수가 방대하다. 상대의 돌에 반응하여 다음 돌의 착수를 위한 견제와 공격 등의 전략을 위해 최적의 한 수를 찾는 수읽기를 한다. 이러한 한 수는 부분적으로 돌의 사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전체 형세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포석과 맥점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작은 부분에 관심을 두게끔 하여 큰 부분을 취하는 수와 정석에서 벗어난 묘수를 찾는 등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진행 속에서 형세를 갖춰나가며 집을 차지하기 위한 형상을 키워 나아간다.

 

   나는 생명체의 발생과 유기적인 형상의 자기조직화 그리고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며 우연과 필연을 반복하는 증식의 과정과 바둑의 전체 형상을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유사성을 발견하여 이 둘을 결합하는 작업을 시도하였다. 바둑 한 판의 첫 수부터 마지막 수까지 기록한 기보를 바탕으로 미확인 생명체를 정해진 좌표에 배양을 해 나간다. 마지막 수를 둘 때까지 그리기는 지속된다. 이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주목한 것이다. 수많은 경우의 수에 의해 구체적인 결과를 미리 확정하거나 하나의 지향점으로만 향하지 않으며 다양한 과정 중에 우연히 발생하는 상황들을 그리기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연구한 작품이다. 또한 생명현상과 드로잉 과정의 유사점에 대한 관심으로 생명체의 발생에 있어서 자기조직화의 과정을 은유하여 드로잉의 그리기 방식에 적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