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mining the Creations in the Present

Sun-young Lee Art Critic

Art in culture- August Issue

 

Seung-hyeon Lee expresses escape and deterritorialization through the medium of complex flow of lines. The escape here refers to his desire to escape from the so-called ‘classics.’ Inevitably, one who lives in the art world must be aware of and accept the classics because they are the roots of all arts but escaping from the classics to create new art is also the contemporary artists’ way of finding identity. After the mid 2000s, Lee has shown many site-specific works and works that involve mechanical environment through various exhibitions. But in this new exhibition. ‘crypto-MUSEUM,’ Lee turns the exhibition into a museum, exploring, restructuring and regenerating the famous works of probably the most distinguished classic artists like Leonardo da Vinci, Vermeer, Manet, Picasso and Van Gogh.

This exhibition’s <Masterpiece virus> series, is unlike meta works such as appropriation or parody. The labor intensity Lee puts into this series seems just as excruciating as the ones the classic artists had to deal with in creating their original works. Instead of lightly distorting or editing the works using various mediums like some people do under the pretense of doing conceptual art, Lee reinterprets the elements of the classics and the internal energy the elements along cannot generate, by using the same artistic form, ‘drawing’. His reinterpretation is not extreme enough to make the audience forget about the original work and we can witness and experience exact point where the dramatic change takes place. The change or ‘escape’ occurs when a new line is drawn to the original works.

That very moment when the classic, master artists must have hesitated or had to make some kind of decisions with their pencils, is where Lee dives in with his lines, color and composition. For Lee, the limitless potentials and possibilities that must have existed are more important than the historical, final outcome. History is not just history. History is made through many possibilities and meaningful dids and didn’ts. Reinterpretation of historical works can often be too focused on concepts and can potentially limit the original works in a vacuum-state. But as Lee does, the work of reliving the history fills this empty vacuum space. However, when Lee fills this space, he does not fill it with purification or sublimation. Instead, he generates heterogeneity by infecting the original works with virus. This heterogeneity represents the defiance or betrayal that always lies under the work of creation. The so-called classics we regard as being pure and authentic becomes a place of carnival or a crime scene where every taboo and restraint is broken. In ‘What Is Philosophy?,’ G. Deleuze and F. Guattari describes two ways of looking at history. One is to collect the processes of ‘how one event causes another and how one actuality gives rise to another’. Another way is to ‘go back up the path that history descends, and at the very end of which logic sets up its camp, where we would have to arrive at the unhistorical vapour that goes beyond the actual factors to the advantage of a creation of something new.’ The latter looks at moments and places of history as when and where incidents occur and history is simply a precondition to various experimentation.

The uniqueness of Lee’s work is in his way of describing the discontinuity of types or forms. The fall and creation of a structure occurs simultaneously. A tiny spot that shakes the structural stability gains increasingly greater energy and proliferates heterogeneity. This qualitative transformation is possible because of the ‘quantity’, the amount of physical work Lee puts in. This is different from what we see in hyper- or photo realistic works which require mechanical labor of filling a given space following a set trajectory. When the quantity of work or strokes floods way over a maximum threshold, quantity become quality. It is not coincidence that his works are often associated with fluid mechanics or biological evolution. Nevertheless, the important element in Lee’s works which accentuates the concept of discontinuity, is not the past nor future but the present. For Lee, the present is simply a link that connects the past and future. This concept is similar to what Deleuze and F. Guattari as well as Foucault referred to as the actual which is ‘not what we are but, rather, what we become, what we are in the process of becoming’. Lee’s processing of history is not his way of remorse, retrospection nor prospection but Lee is simply examining the creations that continue to flow in the present. His works are visualization of our desire to see the internal energy in creations and break away from the set course of history.

 

 

 

 

 

현재 속에서 생성들을 진단하는 일

  이승현 역시 복잡한 선의 흐름을 탈주와 탈영토화의 매개로 삼는다. 이탈의 출발점이 되는 것은 고전 및 현대미술의 전범으로 평가되는 명작들이다. 그것은 그림을 그리는 한 그 유산으로부터 출발 할 수밖에 없지만, 새로운 창조를 위해 전범으로부터 벗어나야만 하는 운명을 가진 현대미술과의 자의식과도 관련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여러전시를 통해서 기계적 환경과 결합하는 장소특정적 작업을 선보여 왔던 그는 이번 <crypto-MUSEUM>전에서 미술관을 특정한 하나의 장소로 변모 시킨다. 그것은 단지 미술작품을 미술관에 거는 것이 아니라, 다 빈치, 베르미어, 마네, 피카소, 반 고흐 등 역사적 평가를 통해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걸린 명작을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일련번호가 매겨진 <Masterpiece virus>시리즈는 전유나 패러디 같은 형식으로 가시화되곤 하는 메타적인 차원의 작업과 다르다. 그의 작품에 투여되는 노동 강도는 원작들과 비견될만하다. 그것은 개념미술이라는 미명아래 여러 매체로 여기저기 가볍게 넘나드는 자료 편집이 아니라 명작의 구성 요소, 그리고 요소만으로 환원될 수 없는 내재적 에너지를 '그리기'라는 똑같은 과정으로 재해석한다. 재해석은 원래의 작품을 망각학 할 정도로 너무 멀리 나아가지 않은 선에서 이루어지므로, 관객은 극적인 변모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탈은 이전의 경계위에서 새로운 선이 그어지는 순간에 일어난다.
  기존의 명작을 새로운 명작으로 완성시킨 구도와 선과 색채는 그것들로 확정되기 이전에 망설였을 대가의 붓의 궤적을 다시 밟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은 단지 역사적 결과물의 참조가 아니라, 역사가 되기 위해 전제되었던 수많은 가능성을 다시 살아 보는 과정이다. 역사는 역사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역사 아래에는 그것을 가능케 한 수많은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 관념에 이끌리는 역사화 작업은 작품을 진공상태로 포장해 버리는 데 비해, 역사가 되기 이전의 상태를 되살아 보는 과정은 이 진공을 충만으로 채운다. 이승현의 작품에서 진공을 대신하는 충만은 순수화와 승화가 아니라, 바이러스의 침투를 통한 이질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이질화는 창조의 과정에 내포된 저항이나 배반을 예시한다. 명작이라는 순수의 결정체들은 경계지워진 모든 금기사항이 위반되는 카니발의 장이자 사건 현장이 된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철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사건을 고찰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인용한다. 하나는 사건을 따라가면서 그것이 역사 속에서 실현되고 조건지어지며 쇠락하는 과정을 모으는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 생성 그 자체에 자리를 잡고서 사건을 이루는 모든 구성요소나 기이성을 겪어 보는 방식이다. 후자는 역사를 사건의 현장으로 변모시키며, 이 사건 속에서는 모든 것이 변화한다. 여기에서 역사는 실험을 위한 전제조건일 뿐이다.
  이승현의 작품이 가지는 특이성은 하나의 형태나 형식이 다른 것으로 넘어가는 불연속의 점들에 있다. 여기에서 구조의 붕괴와 생성은 동시에 일어난다. 구조적 안정성을 뒤흔드는 작은 지점들은 가속화된 힘을 받아 이직적 형태를 발생하고 증식시킨다. 이러한 질적 변환이 가능한 바탕은 그리기의 양적 축적이다. 그의 작품은 정해진 궤도를 따라 주어진 화면을 채워가는 극사실주의 계열의 화풍에 전제된 기계적 노동과도 다른, 양들의 쇄도가 있다. 이 양들의 쇄도가 임계점을 넘었을때 끊어 넘칠듯한 질적 전환이 야기된다. 그의 작품이 갑작스러운 비약의 계기로 이루어진 유체역학이나 생물학적 진화라는 비유로 가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불연속성이 강조된 이러한 흐름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바로 현재이다. 그러나 이승현의 작품에서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 짓는 단순한 매개고리에 불과하지 않다. 그것은 들뢰즈와 가타리가 푸코를 따라 '현행적(Actual)'이라 명명했던 것과 유사하다. 그들이 말하는 '현행적'이란 현재의 우리들 그대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로 되어가는 그 무엇, 생성으로서의 우리이다. 이승현이 자신의 작품에 역사를 끌어들이는 것은 반성도 회고도 전망도 아니며, 흘러가는 각각의 현재 속에서 생성들을 진단하는 일이다. 그것은 우리를 가로 지르는 생성의 힘을 내재적으로 파악하면서 정해진 역사의 여로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한다. 


[출전] Art in culture 8월호,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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