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신 >
이승현 X 김기대
제주문화예술재단
창작공간지원프로그램선정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
아트스페이스 빈공간
2025/07/07-30
휴무일없이 사전예약제 운영
11-21시 관람가능
0507-1347-8104
(7/8,9,10 임시 휴무)
윤혜진 연출가와 작가와의 대화
07/07 월요일 14시
이승현
나는 김기대 작가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파주와 제주,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 머물며, 우리는 오직 SNS라는 낯선 통로를 통해 신호를 주고받았다. 마치 미지의 생명체와 교신하듯, 한 달 동안 서로의 안부를 전했다.
이 작업의 출발점은 ‘언어의 한계’와 ‘감각의 변형’, 그리고 난독(dyslexia)이라는 현상에 대한 탐구였다. 얼굴도, 목소리도, 심지어 이름 뒤에 숨겨진 온기조차 알지 못한 채, 완전한 이해를 기대하기보다는 오해와 어긋남, 불완전함 속에서 새로운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었다. 가벼운 안부 인사에서부터 서로의 관심사와 작업 근황까지 주고받은 텍스트와 이미지는 드로잉의 재료가 되었다.
이 드로잉 기록은 완전한 소통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불확실성과 변형, 그리고 생성의 과정을 드러내는 실험이었다. 우리가 주고받은 신호들은 언어로 다 담을 수 없는 감각, 오해, 상상력의 흔적이다.
이 기록이 또 다른 차원의 문이 되어, 누군가의 의식에 작은 파문으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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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대
편지로 낯선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게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주소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는 손편지에는 수줍은 자기소개와 예의바른 질문들이 가득했고 미지의 상대에 대한 호기심과 두근거림으로 답장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예의바르기만한 편지에 실망했었다.
이승현작가님과의 교신은 예의바르고 정기적이여야 했다. 하지만 나는…
다행히 양떼를 몰아가는 노련한 보더콜리처럼 작가님은 나를 항상 주시하셨고 공동작업이라는 길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주셨다. 이승현작가님이 추천한 영화 ‘기쿠치로의 여름’을 보고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상홍작가님이 빈공간에 야외설치공간을 배려해주셨지만 나는 지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양력 2025년 7월7일은 빈공간에서 전시로 작가님을 만나는 특별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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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진
윤혜진, 때론 無我라고 한다.
연극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인간의 서사만을 다루진 않는다.
‘인간이 배제된 서사는 연극이 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야기보다는 이야기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 설명보다는 시적인 것, 중심보다는 주변의 것, 이성보다는 감각에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