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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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조정 09 Test pattern 09

종이에 연필, 아크릴 pencil, acrylic on paper

53x78cm

2023

 

 

 

화면조정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하기를 꿈꾸듯이, 작업도 반복되는 패턴을 벗어나기를 시도한다. 화면 조정은 작업과 작업 사이 딴짓을 해보자는 심산으로 시작하였다. 작업이 안될 때는 잠시 무거운 마음을 놓자. 눈을 씻자.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주파수를 조정해보자.본방송을 시작하기 전 화면 조정 시간을 갖는 것처럼 그리기로 마음을 다시 잡아본다. 온라인에서 수집한 세계 여러 방송의 화면 조정 이미지를 이용하여 드로잉 여행을 떠난다. 수많은 격자와 막대 사이로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롭게 때로는 수행하듯이 한 칸 한 칸을 채워 나가며 걸어간다. 순간 떠오르는 이미지를 따라 가기도 하고 지나온 이미지의 흐름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길 잃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잠시 피곤한 눈을 감았다 뜨면 이내 현실로 돌아올 수 있으니.

드로잉은 참 좋다. 손의 흐름은 지면에 흔적을 남기며 그 흐름을 따라 잠시 다른 시공을 다녀오기도 한다. 가성비 좋은 자유여행이랄까?

신문에 하루의 TV 일정표가 나오던 시절, 배를 깔고 엎드려 신문에 동그라미를 연신 치던 꼬마는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있다. 빼곡히 가득 찬 글자 사이에 그림을 그리던 아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중하다가도 무언가에 홀린 듯 TV를 틀곤 했다. 헤어나올 수 없는 곳으로의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가끔은 뜻밖의 화면을 마주한다. 신경에 거슬리는 신호음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알록달록한 무지개 이미지. 무지개 너머 본방송이 시작되기 전 화면을 한참이나 말없이 바라본다. 또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이다. 그 아이는 지금도 그렇다.